리옹은 파리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파리가 세계적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면, 리옹은 프랑스를 보다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지다.
리옹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주제도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딜 가더라도 200~300년 된 건축물이 즐비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점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실제로 16세기에 세워진 고풍스런 건물 사이를 지나칠 때면 마치 중세시대를 걷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도시 중심에는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벨쿠르 광장(사진)이 있다. 이곳에 가면 루이14세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리옹은 도심을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손강 위쪽에는 구시가지, 손강과 론강 사이에는 신시가지가 나뉘어 자리해 있다.
비우리옹(Vieux Lyon)으로 불리는 리옹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보존가치가 상당하다. 역사적 기념물의 상당수가 이곳에 모여 있다. 12세기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생장 대교구교회, 푸르비에르 언덕의 로마시대 원형 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벨루크 광장에서 시청사 쪽으로 이어지는 레퓌블리크 거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리옹 최고 번화가인 만큼 알만한 명품 브랜드도 모두 모여 있다. 특히 리옹 특유의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소박한 음식점 부숑(bouchon)이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명맥이 유지돼 인기 부숑에는 끼니때가 되면 발 디딜 틈 없다. 부숑은 돼지고기와 내장을 기본으로 한 리옹의 독특한 먹거리 문화다.
이 같은 리옹의 음식 문화는 식재료를 한데 모와둔 폴 보퀴즈 시장(Les Halle de Paul Bocuse)을 둘러보면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식재료를 통해 미슐랭 셰프들의 비밀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옹은 지리적으로 프랑스 중심부에 있어 각지의 문화와 식재료가 이곳에 모여든다. 유제품과 육류를 많이 사용하는 북부의 음식문화와 해산물,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남부의 전통이 만난다. 남부 야채와 동부 알프스 유제품, 서부 오베르뉴의 치즈와 지비에, 리옹을 관통하는 론 강과 손 강의 생선이 전부 시장에 들어온다.
폴 보퀴즈 시장은 1859년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작은 골목 시장이었지만 1971년 대형 시장으로 정비된 후 2000년대 들어 건물을 증축해 현대적인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리옹 주변 미슐랭 레스토랑에 재료를 대는 상점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폴 보퀴즈는 올해 초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리옹 출신 전설적인 셰프 이름이다. 그는 프랑스 남동부 리옹 인근에서 폴 보퀴즈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 일했다. 이 식당은 1965년 미슐랭 가이드 별 3개 등급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내에는 수십 개의 상점이 있다. 돼지고기 및 소고기 정육점, 각종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 스탠드 레스토랑, 치즈 전문점, 디저트 가게 등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미식 체험 여행 코스가 된다.
이동 리옹은 교통의 요지다. 떼제베(TGV)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프랑스 웬만한 도시를 2시간 내외에 갈 수 있다. 동쪽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와도 가깝다. 안시를 비롯해 이부아르 에비앙, 몽블랑 등 론알프 지방 소도시는 차로 1시간 거리다.
먹거리 미식의 도시 일컬어지는 리옹에는 2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중에서 신시가지에 위치한 ‘샤베르 에 피스’가 리옹의 맛을 무난히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 레스토랑은 닭 간, 돼지 창자 등으로 만든 전통 음식을 만든다.
숙소 리옹 중앙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머큐어 리옹 센트레 샤토 페라쉬(Mercure Lyon Centre Château Perrache, Cours de Verdun Rambaud)가 돋보인다. TGV 고속열차와 전철,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동선을 짜는데 유리하다. 이 호텔은 1905년 세워져 고풍스로운 모습이지만 내부는 무척 화려하다. 실내는 리옹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들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