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i!!!(고마워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세계적 팝스타 미카가 고함을 치며 미친 사람처럼 뛰쳐나왔다. 돌발 상황이었다. 미카가 향한 곳은 무대. 그 위엔 방금 첫 곡을 끝낸 한국인 참가자 유발이(30·본명 강유현)가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었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아직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응원해주세요. 아프리카의 섬에 사는 친구도 ‘내가 유발이의 친구’라며 자랑을 하고 다닌대요.”
최근 서울에서 만난 유발이는 믿기지 않는 듯 꿈꾸는 표정이었다. 유발이는 2010년 한국에서 ‘유발이의 소풍’이란 예명으로 데뷔했다. 어려서부터 프랑스 문화와 샹송이 좋았다. 서울의 학원을 다니며 프랑스어를 배우고 이따금 무대에서 샹송을 불렀다. 재즈 보컬을 공부하려 2015년 프랑스 파리의 음악학교 ‘콩세르바투아 부르 라 렌’에 입학했다.

프랑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에 팝스타 미카와 출연한 모습. TV 화면 캡처
예선 통과도, 미카를 만난 기쁨도 잠시였다. 멘토로서 미카는 혹독했다. “카메라가 꺼지면 더 엄하게 절 다그쳤어요. 세 달 동안 연마한 제 편곡방식을 방송 전날 밤 갈아엎기도 했죠.”
유발이는 핑크 마티니, 냇 킹 콜,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노래를 방송에서 재해석하며 현지 관객과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최종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에겐 또 다른 비밀이 있었다.
“출연 제안이 임신 5개월차에 왔어요. 지난해 9월 출산을 하고 연말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녹화를 했죠.”
유발이는 “새벽 촬영이 끝날 때마다 정신과의사와 면담 시간을 마련해 경연 참가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프랑스의 제작 환경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노래를 채우는 건 피아노와 유발이의 목소리다. 기본으로 돌아간다. 유발이는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찾으러 간다며 기자에게 작별 인사 했다. “노래에서 중요한 게 결국 사람의 목소리라는 걸 찾은 것 같아요. 미카 오빠한테 크게 배운 셈이에요. 미카 오빠, 감사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