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살인의 추억’
미국판 ‘살인의 추억’ 진범이 42년 만에 체포됐다. 범인이 전직 경찰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언론들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12명을 살해하고, 45명을 성폭행한 것을 비롯해 120여 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골든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 킬러’가 24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13∼41세 여성이었다.
체포된 조지프 제임스 디앤절로는 올해 72세의 백인 남성. 그는 주요 범죄 무대로 삼았던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시트러스 하이츠라는 작은 부촌(富村)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1970, 80년대 캘리포니아주를 공포에 몰아넣은 살인마였다. 그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물색해 며칠 관찰한 뒤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들어가 범죄를 저질렀고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노렸지만 점차 대담해져 부부와 아이가 있는 집에도 들어가 남편을 묶어 두고 그 부인을 옆방에서 수차례 성폭행하기도 했다.
디앤절로는 여러 엽기적인 특징으로 악명이 높았다. 피해자들을 총으로 협박한 뒤 직접 신발끈으로 꼬아 만든 밧줄을 사용해 이른바 ‘다이아몬드 매듭’으로 결박했다. 성폭행이 끝나면 범죄현장에서 크래커를 먹는 엽기 행각도 벌였다. 먹을 때는 커피잔을 피해자의 몸에 올려놓고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고, 먹고 난 뒤 다시 성폭행을 반복했다. 또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해 보관했다. 그는 늘 탈출구가 여러 개 있는 집에 들어갔고, 여러 차례 발각됐지만 그때마다 도주에 성공했다.
디앤절로는 1973∼1979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인근 엑세터와 오번 경찰국에서 일했다. 그러나 1979년 약국 절도 혐의로 체포돼 파면됐고 그 후 더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디앤절로가 42년 만에 체포된 것은 유전자(DNA) 분석의 힘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 용의자를 60∼75세 금발의 백인 남성으로 규정했고 그 직업이 군사훈련이나 법 집행, 총기 사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중단되지 않았고, 결국 끈질긴 DNA 분석 끝에 용의자를 특정해 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현재 “디앤절로의 버려진 DNA를 이용해 그를 체포했다”고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추적 및 체포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디앤절로의 집을 며칠 동안 감시하며 그가 비무장 상태로 외출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체포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