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지방분권, 그래도 가야 할 길]<중>지방의회 “폭넓은 권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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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충남도의회가 ‘충남교육청 학교급식 정보공개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킨 계기가 됐다. 이 조례에 따라 충남에서는 매일 급식 식단 내용과 배급한 음식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재료 원산지는 물론 급식예산 편성 및 운영 상황도 투명하게 밝힌다. 사각지대에 놓인 급식에 대한 ‘감시의 눈’을 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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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출입구 금연’부터 ‘카톡 금지’까지
반면 법률은 제정되기까지 다양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고 효과를 예측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민을 위한 중앙정부 복지정책도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디어만 좋다고 해서 법이나 정책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법률이나 정책에서는 이같이 상대적으로 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가정 양립, 임산부 보호, 공중장소의 편안함 같은 사안도 조례를 통하면 손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16년 도입된 서울시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조례는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불만이 큰 비흡연자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조례에 따라 지하철 출입구 근처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이후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또 올 1월부터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들고 서울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은 운전사가 타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근거 조례가 시행됐다. 뜨거운 음식물을 쏟아 화상을 입히거나, 음식 냄새로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조례였다.
지난해 서울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가 일부 개정돼 근무시간 외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같은 SNS로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게 됐다. 대민(對民)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인 만큼 불가피한 문자는 서로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조례로써 원칙적 금지를 선포하면서 서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서울시 안팎에서 나온다.
○ “지방의회 위상 강화해야” 지방의회법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모두 조례가 될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거나 상위법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야만 한다.
지난해 서울시 먹거리기본조례는 서울시내 62개 청소년시설 자판기의 탄산음료 판매금지를 추진했다. 그러나 상위법에서 위임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넣을 수 없었다. 대신 친환경 주스 같은 마실거리를 파는 시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방의원들은 조례에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국회에 국회법이 있는 것처럼 지방의회에도 지방의회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가 처음 제안했다. 지방의회 위상 강화와 독립성,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을 비롯해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같은 서울시의회 지방분권 7대 과제를 담은 ‘지방의회법률안’은 올 2월 8일 국회에 발의됐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강동3)은 “주민 뜻에 부합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의회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