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기자
지난해 ‘하늘의 도움’을 받았던 홍 대표에게 올해는 운까지 따라줄까. 홍 대표는 요즘 “올해 운이 얼마나 되는지 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6·13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을 차출하자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대항마로 내세울 때는 “경남 선거에 당의 운을 걸어 보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운을 언급하는 홍 대표가 다소 의아했다. 당시 한국당을 다룬 언론 기사에는 ‘악재’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결이 이어지며 보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로 많았다. 한국당의 체질 강화 노력은 국민 눈높이에는 모자랐고, 대형 선거를 앞두고 새 인물 발굴에도 소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 김태호 전 지사 등이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자 ‘올드보이로 선거 치르느냐’는 조롱까지 나왔다. 당 내부에서조차 “답이 없다. 차라리 더 망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데 이런 ‘호재’에도 여전히 상황이 좋진 않다.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자신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홍 대표에게 감사하다”고까지 했다.
국수(國手) 조훈현 한국당 의원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바둑 승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조 의원은 “묘수를 두기란 어렵다. 묘수로 이긴 적도 별로 없다”고 했다. 상대가 실수했을 때,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해야 이길 확률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였다. 운수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는다. 국민은 한국당이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닌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그 평가로 홍 대표의 올해 운이 판가름 날 것이다.
박훈상 정치부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