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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경의선 철도 복구 합의… 개성공단 재가동에도 힘실려

입력 | 2018-04-28 03:00:00

[남북 4·27 판문점 선언]닻 올린 남북 경제협력




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닻이 올랐다. 관심을 모았던 남북연락사무소는 개성에 설치하기로 하면서 각종 제재로 발이 묶여 있던 개성공단도 재가동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대북제재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

남북 관계 개선 관련 6번째 합의로 등장한 경협은 당초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풀지 못하면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날 선언문에 명시되면서 단순한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염두에 두고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남북 경협사업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문제 협의 및 추진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협력사업 진행 등이다. 이 중 이번 선언에서 1차적으로 동해·경의선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개성공단은 언급이 없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 등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강경 대응하면서 2016년 2월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 전체 부지(66.1km²) 가운데 3.3km²만 개발됐고, 입주하기로 한 기업의 절반도 채 입주를 못 했다. 그럼에도 남북의 재가동 의지는 개성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문구로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언문 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 조사 연구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도 “개성으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협의한 것은 개성공단과 별개로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 굵직한 경협, 비핵화 북-미 회담에서 빅딜 가능성

개성공단을 다시 돌리는 일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엔이 북한에 대량 현금 제공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냈고, 지난해 회원국의 북한 내 금융 업무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청와대가 이날 회담 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현 상황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이 무엇인지,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북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 것도 난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협은 대북제재, 더 나아가 비핵화 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재의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핵화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남북 간 다양한 경협 중 굵직한 것들은 결국 비핵화와 연결돼 있어 양자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만약 북한이 먼저 경협을 논의하자고 제시했다면 북한이 필요한 게 뭔지를 가장 여실히 보여준다”며 “비핵화를 하면 우리는 경제 개발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제재가 있기 때문에 문제지만 제재 공조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그게 또 문제가 돼서 북-미 대화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북-미 간 빅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SOC 경협 의지 밝힌 김정은

이번 공동선언문에 유일하게 적시된 경협사업은 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를 복구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에 다녀온 사람들 얘기로 남측의 철도와 교통편이 아주 잘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교통이 불편해서 걱정이다”라고 솔직히 밝힌 것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경의선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산∼개성(27.3km) 구간이 이어지면서 물리적인 철로 연결이 마무리돼 가장 먼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산으로부터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은 철로를 새로 깔아야 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강성휘·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