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4·27 판문점 선언]남북정상 군사분계선 첫 대면
손 꼭 잡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에 잠깐 넘어갔다가 다시 손을 잡고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으로)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말하자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깜짝 제안했다. 판문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전 9시 28분. 두 정상은 높이 5cm, 너비 50cm의 콘크리트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손을 잡은 채 남쪽 땅으로 넘어왔다.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반갑습니다.”(문 대통령)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문 대통령)
북쪽 판문각과 남쪽 자유의집을 향해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중 문 대통령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저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어진 김정은의 대답.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예정에 없는 순간이자, 파격이었다. 김정은의 안내로 두 정상은 북쪽으로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었다. 두 정상은 약 10초간 북쪽으로 건너갔다. 김정은이 제안한 ‘깜짝쇼’에 현장의 남북 수행원들이 박수를 쳤다. 남북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만난 것도, 문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것도 모두 최초였다.
“받들어 총!” 오전 9시 34분. 두 정상이 전통기수단을 나란히 통과하자 깃발이 순차적으로 들어올려졌다. 전통악대, 전통 의장대, 3군 의장대 등 200여 명이 두 정상을 예우했다. 의장대장의 구령 이후 군악대가 4성곡을 연주했다. 문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거듭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지켜봤다.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합니다. 오늘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습니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문 대통령)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김정은)
이어진 환담에서도 화기애애한 발언이 오고갔다.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김정은)
“저는 불과 52km 떨어져 있어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문 대통령) 그러더니 김정은이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웃으며)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습니다.”(김정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습니다.”(문 대통령)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습니다.”(김정은)
김정은은 나름의 소회도 밝혔다.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고 했다. 이어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 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