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퍼스트레이디도 첫 만남 김여사, 리설주 허리에 손 얹고 헤어지기전 가볍게 포옹하기도 문재인 대통령 “둘도 없는 길동무” 건배사에 김정은 “겨레 오갈 통로 만들 것” 화답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의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판문점=한국사진공동취재단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여사께서 작은 것까지….”(리설주 여사)
남북 정상 부인의 첫 만남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이뤄졌다.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판문점 선언’ 직후인 오후 6시 17분 모습을 드러냈다. 분홍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먼저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한반도기와 같은 색인 은은한 하늘빛 옷차림을 하고, 현관에서 리 여사를 맞았다. 김 여사는 첫 만남에서 리 여사의 허리에 손을 가볍게 얹어 친근감을 표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만찬장에서도 이어졌다. 오후 6시 39분 남과 북의 대표적 악기인 ‘해금’과 ‘옥류금’의 합주로 시작된 만찬에서 먼저 건배 제의를 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집 3층 만찬장 헤드테이블에 놓여 있던 잔을 높이 들고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 등 북한 속담을 인용하면서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길동무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잔을 들어 화답했다. 그는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찬의 첫 번째 연주곡은 북한의 노래인 ‘반갑습니다’였다. 문배주와 두견주가 만찬주로 사용됐고, 김 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가져온 제면기로 만든 냉면도 제공됐다. ‘평양냉면’은 만찬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냉면이 반 그릇 나왔다. 너무 양이 적었다”며 “근데 진짜 맛은 있더라”고 말했다. 또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개사해 남북 참석자들이 합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공동취재단 / 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