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4·27 판문점 선언]주변국-외국 언론 반응
환호하는 내외신 기자들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프레스센터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으로 이 장면을 찍거나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워하는 등 다양한 표정이 담겼다. 고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주변 4강 “한반도, 평화로 가기를 바란다”
미국 백악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직후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을 계기로 한국 국민에게 평안함이 도래하길 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한국의 긴밀한 공조에 감사를 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앞으로 다가온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이 발표된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북한 관련 각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향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회담 내용에 대해 직접 듣고 싶다”며 조만간 전화 통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남북 정상의 회동 자체와 발표된 회담 결과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의 입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진 않았다”
미국 CNN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있는 두 나라의 정상이 함께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걷는 광경은 분명 주목할 만했다. 신뢰 관계가 시작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방송의 간판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굉장히 흥미롭고 중요한 단어들과 보디랭귀지가 오갔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측의 입에선 비핵화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면밀히 분석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완전한 비핵화’ 문구가 들어간 것을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단계가 나오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동선언과 기자발표에 (일본 측 현안인) 납치 일본인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개인적 기대와 우려를 피력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도 2007년 자신이 직접 북한의 핵 원자로에 들어가 찍었던 사진을 올렸다. 그는 “곧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행보를) 이어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북-미 회담 이후 강도 높은 북핵 시설 사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국을 향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아직 이뤄져야 하는 일이 많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의 한반도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는 27일 CNN에 출연해 “백악관이 기대하고 있는 비핵화와 관련된 그 어떤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핵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마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양국 정상이 깜짝 놀랄 수준의 친밀감을 보였다”면서도 “‘비핵화’가 명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평화협정을 추진하자고 말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사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남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