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4·27 판문점 선언]전국서 판문점 지켜보며 회담 응원
“역사적 만남 축하” 청소년도 어르신도 박수 2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는 TV 생중계를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위쪽 사진). 서울역 맞이방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TV 생중계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김재명 base@donga.com·전영한 기자
○ 시민들 “김정은, 생각보다 멀쩡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MDL을 넘어 북으로 오도록 깜짝 제안한 것을 두고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정구 씨(32)는 “북으로 와보라고 하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전하려고 하는 중요 메시지임을 보여준 행동 같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장성택)와 친형(김정남) 죽이는 것을 보면서 이상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 놀랐다”거나 “하는 행동이 귀엽다. 대선 나오면 뽑아줘야겠다” “생각보다 호감” 등의 친근함을 표시한 반응도 나왔다.
○ 회담 성공 기원 곳곳서 울려 퍼져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창성동별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는 전국에서 모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원과 시민 5000여 명으로 긴 띠가 만들어졌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며 문 대통령을 배웅하려 모인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정상회담, 비핵화 꼭 성공해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구 북구에 사는 실향민 진병룡 씨(91)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지) 70년이 넘었다.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연락하고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김경자 씨(58·여)는 “두 정상이 함께 서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수용자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 기소)은 생방송을 시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유족들 “사과가 먼저, 가슴 찢어져”
북한의 도발로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유족들은 정상회담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아들을 잃은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8)는 “북한이 의도적인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먼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아이들(장병들)의 아픔이 묻힌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75)는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TV에 비칠 때마다 “정말 꼴도 보기 싫다”며 언성을 높였다.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는 정상회담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 간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찬반 단체 회원들은 서로 마주칠 때마다 곳곳에서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