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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이 곧 대한민국 유통사

입력 | 2018-04-28 03:00:00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신세계그룹은 기네스북과 인연이 깊다. 신세계백화점이 1969년 7월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급한 신용카드가 ‘한국 최초 신용카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9년 3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부산 해운대구 센텀남대로)도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기네스 인증을 받았다.

국내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대한민국의 유통사’라는 말이 나돈다. 신세계그룹이 기네스 인증을 받은 아이템들 외에도 국내 ‘최초’와 ‘최대’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바겐세일(1967년 6월), 직영 백화점(1969년 4월), 대형마트 오픈(1993년 11월 이마트 창동점) 등이 신세계그룹이 갖고 있는 국내 최초 타이틀이다.

국내 최대 타이틀도 많다. 대형마트 점포 수(2018년 4월 현재 159개점), 단일 아웃렛 매장 매출(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1개 층 기준 면적(대구 신세계 8층 1만6248m²)….



○ 고객의 마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이명희 회장

신세계그룹이 이처럼 다양한 기록을 써내려가면서 한국 유통산업을 이끌어가는 배경에는 ‘고객 제일주의’를 중시하는 이명희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객의 마음’과 ‘고객의 눈’에 맞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다 보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철학은 ‘장사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가가 되라’는 부친(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지론을 발전적으로 승계한 것이다.

이 회장은 ‘변화와 혁신’도 강조한다. 그는 평소 “모험도 좋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앞서 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 신개념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등 국내에 없던 아이템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과 성공들은 큰 결실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신세계백화점 2개점(본점과 영등포점)과 조선호텔이 사업의 전부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열사를 37개 거느린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총자산은 2조2000억 원에서 34조 원, 매출은 1조9000억 원에서 32조8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산 기준 재계 순위도 33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신세계그룹의 성공 과정에 이 회장의 용인술(用人術)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중용한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준다. 그 대신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이런 철저한 권한 위임 덕분에 신세계그룹 전문 경영인들은 재량권을 많이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의사 결정도 빠르다. 대표적인 예가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이다. 추진 과정에서 전문 경영인이 먼저 용지 매입 결정을 내림으로써 회의를 거듭하며 결정을 미루던 경쟁업체를 따돌렸다. 이 회장은 사후 보고만 받았다.

○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는 ‘쌍두마차’

정용진 부회장

이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오너치고는 매우 겸손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가 “과거 정 부회장이 조문을 갔을 때 나이가 많은 전문 경영인이 도착하지 않자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흔히 ‘갑질’과 ‘군림’을 연상하게 하는 재벌 3세 이미지와 달라 신선했다”고 말할 정도다.

정 부회장은 하지만 회사 경영에 있어서는 매우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없는 일류 기업’,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경쟁력’ 등 공격적인 구호를 앞세워 임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고객들과의 공감을 통해 고객이 신세계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무기”라고 규정한 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 올해 1월 신세계그룹이 외국계 투자운용사들과 온라인 사업 성장을 위해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유경 총괄사장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2016년부터 백화점 사업의 외형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6대 핵심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증축, 본점에 면세점 오픈, 김해점과 하남점, 대구신세계 오픈 등이다. 당시 다른 업체들은 만성적인 내수침체를 이유로 백화점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였다. 정 총괄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역발상으로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고, 센텀시티점은 2016년 지방 백화점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정 총괄사장은 자체 브랜딩 상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디르’(주얼리) ‘시코르’(화장품) ‘델라라나’(의류) 등 신세계백화점이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자체브랜드를 통해 고객 일상에 스며들겠다는 복안이다. 또 지난해 고급 의류와 잡화 편집매장인 ‘분더샵’을 미국 바니스뉴욕 백화점에 입점시킨 것도 정 총괄사장의 작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유통 포맷 만들며 변화-혁신 주도

화점부터 건설-패션까지 계열사 지휘하는 최고경영진

신세계그룹에는 오너 경영인과 호흡을 맞추며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전문 경영인도 여럿 있다. 이들은 ‘고객 제일주의’를 모토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유통 포맷을 만들어 내며 한국 유통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은 그룹 전략실장인 권혁구 사장이다. 권 사장은 1987년 신세계에 입사한 뒤 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점장(상무), 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복합쇼핑몰 사업을 총괄하는 신세계프라퍼티 초대 대표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이자 신규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전략통이다. 신세계 대표로 선임된 이후 부산 센텀시티점 남성 전문관, 본점 남성 전문관, 본점·센텀시티점 푸드마켓 등을 성공리에 개점시키는 등 추진력도 뛰어나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마케팅담당(상무), 판매본부장(부사장), 고객서비스 본부장(부사장) 등 이마트 내 주요 보직을 맡으며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은 ‘영업통’. ‘피코크’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PB)상품 개발,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도입,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사업 강화 등이 그의 작품이다.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삼성물산 쇼핑몰사업부(상무),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총괄(부사장) 등을 거쳤다. 오랜 해외 주재원 생활과 면세사업 경험으로 수입 브랜드가 많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푸드를 이끄는 최성재 대표는 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식품 전문가다. 이마트 가공식품담당(상무), 이마트 식품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급식, 외식, 베이커리, 제조, 프랜차이즈 등 전 분야의 고른 성장을 이끌며 신세계푸드를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종합식품회사로 키워냈다.

윤명규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해 이마트 물류담당(상무), 이마트위드미(이마트24) 대표이사를 지냈다. 신세계건설을 시공부터 개발, 운영 등에 이르는 건설 전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벨로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양춘만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는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전략실 관리총괄(부사장)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업무를 담당해 온 ‘재무통’. 미래 사업으로 주목받는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을 성장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 수장인 김장욱 대표는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에서 보기 드문 정보기술(IT) 전문가. 간편결제서비스 SSG페이를 비롯해 시스템통합(SI) 및 보안솔루션 개발, IT기기 유통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신세계푸드 FS담당(상무), 신세계조선호텔 지원총괄(부사장)을 거쳤다. 면세사업을 떼어낸 신세계조선호텔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조병하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신세계그룹에서 30년간 패션 사업을 담당해 온 ‘패션 전문가’. 지난해 4월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이 성공적으로 개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운아 신세계L&B 대표는 이마트 가공식품담당 팀장(수석부장), 이마트 HMR 담당(상무) 등을 거쳐 2012년 신세계L&B 수장이 됐다. 제주소주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이태경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는 2014년 취임 이후 단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탈피해 카페, 베이커리가 복합된 새로운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매출액 1조 원 돌파, 영업이익 흑자 전환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이마트 기획담당(상무), 이마트 신사업본부장(부사장)을 지낸 ‘기획통’이다. ‘이마트위드미’를 ‘이마트24’로 리브랜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부사장),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부사장) 등을 거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어려운 면세업계에서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 영업이익 흑자 전환, 면세업계 3강 안착 등의 성과를 냈다.

김군선 신세계TV쇼핑 대표는 공격적인 채널 투자, 프로그램 개편, 상품개발 등을 통해 국내 T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제2대 한국 T커머스 협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박주형 센트럴시티 대표는 백화점 지원본부장(부사장),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센트럴시티 대표 취임 후 다양한 차별화 콘텐츠를 투입해 센트럴시티를 하루 100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 상권으로 만들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그룹 경영지원실(현 전략실) 개발담당(상무), 신세계프라퍼티 사업총괄(부사장)을 맡았다. 스타필드 하남, 코엑스몰, 고양을 개장시키며 스타필드가 복합쇼핑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를 지낸 그룹 내 최고참 전문 경영인. 2007년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