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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과자 먹을때 ‘바삭’ 소리, 왜 더 맛있게 느껴질까

입력 | 2018-04-28 03:00:00

◇왜 맛있을까/찰스 스펜스 지음/윤신영 옮김/416쪽·1만6800원/어크로스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 중 신안 민어해삼편수, 부산 달고기구이, 생선찜과 같은 몇몇 요리는 네모 형태 등 각진 모양으로 조리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은 놓이는 방향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인 저자는 접시에 담긴 양파 요리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보여주고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양파 끝의 뾰족한 부분이 12시 방향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3.4도 지점을 가리키는 걸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할까?’ 싶지만 책을 읽어 보면 음식 자체의 맛 이외에 얼마나 많은 요소가 ‘맛있다는 느낌’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저자의 연구팀이 ‘이그노벨상’(괴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연구를 보자. 연구팀은 감자 칩을 깨물 때 나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면 사람들은 감자 칩이 더 바삭거리고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는 걸 밝혔다. 말하자면 소리가 양념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런 연구는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이들에게 달콤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들려줘서 설탕을 덜 넣고도 비슷한 단맛을 느끼도록 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가벼운 식기로 먹었을 때보다 어느 정도 무거운 식기를 써서 먹었을 때 사람들은 더 맛있다고 느꼈다. 토끼고기 스튜를 토끼 가죽을 두른 스푼으로 먹도록 하면 어떨까? 복숭아 향 아이스티의 포장재에 복숭아 껍질의 털과 같은 느낌을 주면…? 같은 딸기 디저트를 각각 흰색과 검은색 접시에 올렸을 때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참신한 발상과 연구 결과가 이어진다.

원제는 미식학(Gastronomy)과 물리학(Physics)을 합친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다. 저자가 인지과학과 뇌과학, 심리학, 디자인, 마케팅 분야를 융합해 창안한 지식 분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