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가 본 남북 비핵화 선언]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부터 서울에 머물면서 정상회담을 지켜본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의 남북 화해, 평화, 비핵화를 추구하는 큰 열정과 이에 대한 절박한 기대를 느꼈다”고 말했다. 주펑 원장 제공
주펑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적극 추진’ 표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의 서명국이다. 한반도에서 정전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중국이 참여하지 않거나 남북미 3자가 회담을 여는 건 중국에 불공평하다”며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3자 평화협정은 사실상 합법성이 결여된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향후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 하나로 “남북중 3자 회담의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거론돼 온 ‘남북미 3자 회담’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부터 서울에 머물면서 정상회담을 지켜본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의 남북 화해, 평화, 비핵화를 추구하는 큰 열정과 이에 대한 절박한 기대를 느꼈다”고 말했다. 주펑 원장 제공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대목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 이견이 있나?
“판문점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라고 거론한 것은 중국이 평화협정 협상 참여를 원하지 않을 때의 남북 정상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은 매우 명확하다. 중국은 조선전쟁(6·25전쟁)에서 커다란 희생을 치렀다. 4자(남북미중) 회담이 중국의 이익과 입장에 부합한다. 중국의 참여를 환영하고 남북미중 4자가 평화협정 협상 메커니즘을 수립해야 한반도 평화의 합법적인 절차가 실현된다.”
주 원장은 “관련국들이 이미 정전협정 체제 돌파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고, 강렬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정식으로 선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중국의 역할과 조치는….
주 원장은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반대로, 북핵 위기가 계속 커지고 북-미 관계가 매우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계속 긴장되고 북한 핵·미사일 실험이 자주 발생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중국이 한반도 전쟁과 핵사고 핵폭발의 피해를 받는 위험한 장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미 관계가 대폭 개선되더라도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여전히 계속 중-미 간에서 상대적으로 ‘평형’ 정책을 취할 것”이라며 “북한 경제의 부흥은 중국에 크게 의존한다. 중국은 특별히 우려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중국의 이익엔 어떤 의미가 있나.
“한반도 전쟁과 충돌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김정은 핵 보유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 협상 과정의 대문을 분명하게 열었다는 점에서, 비핵화·남북민족 화해·북-미 관계 개선이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모두 중국의 이익과 정책에 부합한다.”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 중요한 원칙을 규정했다. 구체적인 방안, 계획, 시간표가 없는 건 한계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를 남겨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구체적인 행동 방안이 없는 비핵화 약속은 단지 선언상의 원칙일 뿐이다. 이를 미래에 어떻게 이행할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주 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부터 서울에 머물면서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한국 사회가 남북 화해, 평화, 비핵화를 추구하는 거대한 열정과 이에 대한 절박한 기대를 (서울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총평한다면….
“1990년대 이후 남북관계의 전례 없는 역사적 돌파구다. ‘민족화해’ 국면에만 착안했던 이전 남북 정상회담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1953년 이후의 ‘민족융합’ 과정에 진정한 시동을 걸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