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본기(가운데)는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임에도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으로 롯데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4월에만 4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1988년 정구선(12홈런)의 구단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 경신까지 노리고 있다. 29일 사직 한화전 3회 2점홈런을 터트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신본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본기’의 재발견이다. 신본기(29·롯데)가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려내며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벌써 시즌 4호포로 거인 군단 유격수 새 역사를 노리고 있다.
롯데는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를 4-3으로 승리했다. 2-2로 맞선 4회 터진 신본기의 투런포가 결승점이었다. 신본기의 시즌 네 번째 아치였다. 이 페이스대로면 신본기가 롯데의 유격수 홈런 기록을 새로 쓸 전망이다.
2012년 롯데에 입단하며 1군에 첫 선을 보일 때부터 줄곧 수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름에서 따온 별명 ‘기본기’처럼, 흠잡을 데 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대신 타격은 아쉬웠다. 첫 시즌 50경기에서 67타석에 들어섰지만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병역 의무를 마친 후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까지도 그 모습은 이어졌다. 신본기는 작년 128경기에서 타율 0.237 5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317에 불과했다.
신본기는 롯데의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는 전형적으로 ‘거포 유격수’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1990년대 이후 김민재~박기혁~문규현 등이 계보를 이었지만, 화끈한 홈런포를 갖춘 자원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콘택트 능력에 안정된 수비만 뒷받침됐다. 롯데 유격수 중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988년 정구선의 12홈런이다. 각 팀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포 유격수 한두 명쯤 있다는 걸 감안하면, 무게감이 덜하다.
29경기에서 4홈런을 때린 신본기의 페이스를 144경기로 단순히 환산한다면 약 20홈런을 때려내게 된다. 신본기의 페이스가 지금보다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이라면 롯데 유격수의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장점인 수비가 희석된 것도 아니다. 신본기는 내야가 두텁지 않은 팀 사정상 2루(68이닝)와 3루(31이닝), 유격수(127이닝)를 모두 오가며 기록한 실책은 단 1개뿐이다. 장점은 살리되, 약점을 또 하나의 장점으로 바꾸고 있는 신본기다.
신본기는 경기 후 “아내가 챙겨주는 보양식 덕에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홈런 욕심보다는 콘택트에 신경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장타가 나오는 것 같다. 일종의 덤이다. 홈런 신기록이 탐나진 않지만, ‘롯데의 유격수’하면 나를 떠올리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