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5개 초등교 주변 실험
26일 오후 4시경 서울 성동구 마장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가 노란색 깃발을 들어 차량을 정지시키자 학생들과 학부모가 길을 건너고 있다. 성동구는 1월부터 하굣길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관내 초등학교 5곳의 통학로로 쓰이는 이면도로에 교통안전 지킴이를 배치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 길은 전교생 600여 명의 마장초로 향하는 유일한 통학로다. 정문 앞은 하교시간을 넘겼지만 방과 후 돌봄교실을 마치고 집과 학원에 가려는 1∼4학년 학생이 많았다. 이들 앞뒤로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라고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 2명이 보였다.
학생들은 익숙한 듯 길가에 서있는 이들 교통안전 지킴이 옆으로 다가갔다. 교통안전 지킴이가 수신호로 다가오는 트럭을 세웠다. 그러고는 학생들을 향해 ‘건너라’는 손짓을 하자 아이들이 뛰어 건넜다. 보도와 차도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 평소에는 연신 좌우로 고갯짓하며 건너던 길이다. 이날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는 “돌봄교육이 끝나면 학교보안관이나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없어 아이가 제대로 길을 건널까 불안했다. 그런데 교통안전 지킴이가 생긴 뒤로는 아이 데리러 나오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약 4개월간 교통안전 지킴이가 있던 10여 곳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0’이었다. 2012∼2015년 성동구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69건의 약 절반이 오후 3∼7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안전 지킴이가 하굣길 이후 시간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셈이다.
학부모도 만족한다. 김선희 씨(38·여)는 “학교에서 놀다 늦게 올 때가 많은 데다 학교 주변이 상가여서 경미한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해 걱정이 됐는데 교통안전 지킴이가 있어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교통안전 지킴이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은 낮다. 호루라기와 노란색 깃발로 보내는 교통안전 지킴이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교통안전 지킴이 임수정 씨(65·여)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쌩 지나가는 등 아찔한 순간이 여러 차례였다. 보행자가 적다 싶으면 깃발을 그냥 밀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로 교통안전 지킴이를 확대한다. 구 관계자는 “교통안전 지킴이가 수신호를 하면 운전자들은 멈추거나 속도를 줄여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