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감독, 지인들 질문에 솔직 답변
18년 만에 프로농구 SK를 정상으로 이끈 문경은 감독(47)은 요즘 축하받느라 바쁘다. 지도자로 첫 우승 헹가래를 받은 문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지닌 농구인들도 자신의 일인 듯 기뻐했다. 선수 시절 은사, 선후배들이 자신에게 보낸 질문에 문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대학과 프로에서 사제관계였던 문경은 감독과 유재학 감독.
▼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현재 국내 선수 멤버로 2연패도 가능해 보이는데 본인 생각은….
―내년에도 애런 헤인즈를 뽑을 생각인지….
“무릎 상태를 봐야 합니다. 장신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2m 이하)이 생겼으니 경쟁력은 있어요. 나이(38세)가 걸리긴 하는데 몸이 아니라 머리로 농구하는 스타일이라 충분히 해낼 겁니다. 우리가 계약 안 하면 유 감독님이 하시려고요? 그런 생각만 해도 무서워지네요.”
▼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
―수비 전술이 좋아졌는데 그 요인은….
1994년 농구대잔치 시상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한 당시 최희암 감독, 유재학 코치, 문경은 등.
▼ 김동광 MBC스포츠 해설위원
―챔프전 때 보면 위기에도 침착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승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시즌은 크게 당황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챔프전 때 먼저 2패를 했어도 큰 걱정이 안 되더라고요. 헤인즈가 다쳤지만 메이스가 와서 국내 선수들 수비가 편해졌고, 3점슛도 제때 잘 터졌어요. 혼자 있을 때 고심도 많답니다.”
현역 시절 맞대결을 펼친 문경은 감독과 위성우 감독(오른쪽).
▼ 위성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감독
―형님 리더십의 실체와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 이성훈 한국농구연맹 사무총장
―전희철 SK 코치와는 출신도 성격도 달라 보이는데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비결은….
“전 코치가 생긴 것보다 굉장히 섬세해요. 준비가 잘돼 있고 감독이 외로울 때마다 편하게 해주는 말을 잘해 줍니다. 예를 들면 ‘뭘 고민하세요. 둘 중 하나예요. 할 건지, 말 건지’ 이런 식으로 교통정리에 능해요. 15세 때 처음 만나 30년 넘게 보고 있어요. A급 스타 출신이지만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삼성 시절 호흡을 맞춘 문경은과 김동광 감독.
▼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
―‘문애런’이란 별명이 있는데 감독과 선수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철학은….
“무조건 신뢰입니다. 선수 때 여러 감독님을 만났지만 나에게 믿음을 주고, 그래서 제가 기댈 수 있는 감독님들이 좋더라고요. 경기를 많이 못 뛰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감독님이 고마웠습니다. 저도 그런 걸 선수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김선형이 저한테 아버지 같다고 하고 김민수도 그런 비슷한 말을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덧 장수 사령탑의 반열에 올랐는데 언제까지 힘든 감독 생활을 할 건지….
“SK에서 계약 기간 3년 채운 감독은 제가 유일합니다. 감독 대행을 포함하면 7년을 했는데 일단 10년은 채우고 싶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