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비핵화 선언]“왜 자꾸 갈라져가는걸 만드는지” 의제에 없던 ‘시간통일’ 먼저 제안
정상회담 당일 서울보다 30분 늦은 평양시계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 걸려 있던 시계. 왼쪽은 서울 시간을, 오른쪽은 30분 늦은 평양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판문점=한국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만찬에 앞서 환담장에서 전격 제안한 표준시 통일은 ‘철저히 계획된 통 큰 결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 교류가 촉진될수록 금융, 경제협력 등의 분야에서 동일한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을 수 있다.
북한은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표준시 기준을 기존 일본의 중앙 자오선이었던 동경 135도에서 한반도를 지나는 중앙 자오선인 동경 127.5도로 바꿨다. 일제가 동북아 침략 전쟁 당시 편의를 위해 도쿄시로 통일했던 게 문제니 변경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북한이 표준시를 한국보다 30분 늦춘 이후 남북경협 분야에서 딱히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북측이 남측에 개성공단 통행 계획서를 제출할 때 평양 시간에 맞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폐쇄되고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표준시 통일 제안이 비핵화 정국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카드 아니냐고 보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통 큰 양보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살라미’ 식으로 계속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 남한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비핵화 검증 등에 대한 주목도를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