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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문화]‘시카고’ 배우로 변신한 박칼린 “무대 뒤 거친 숨 다 봐놓고…”

입력 | 2018-04-30 16:08:00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벨마 켈리로 분장한 박칼린. 이국적인 외모와 탄탄한 몸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시컴퍼니 제공


“낙하산 캐스팅이면 거절하겠다고 했어요. 정정당당하게 오디션을 거치면 참여한다고 했죠.”

2000년 뮤지컬 ‘시카고’ 국내 초연부터 14년간 음악 감독을 지낸 박칼린(51)이 22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18번째 시즌 공연에서 배우로 변신한다. 박칼린은 최정원과 함께 주인공 벨마 켈리 역을 번갈아 가며 연기할 예정이다. 벨마는 남편이 여동생과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두 사람을 죽인 보드빌 배우. 36개국, 490개 도시에서 3만 2500회 이상 공연된 뮤지컬 ‘시카고’에서 음악 감독이 배우로 전향해 무대에 오르는 건 박칼린이 처음이다.

“제작사에서 벨마 역을 제안했을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10번 정도 (마음이) 왔다 갔다 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오디션을 봐서 정정당당하게 캐스팅되면 올인하겠다는 거였죠. 그 다음 든 생각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제안했음 더 좋았을 텐데…’였죠. 하하.”

‘시카고’팀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출연 배우에 변화를 주기 위해 해외 제작진이 방한해 6년 만에 공개오디션을 진행했다. 박칼린의 이름 뒤에 ‘국내 뮤지컬 음악 감독 1호’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지만, 사실 그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초연 때부터 여주인공 다이애나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바 있다. 노래도 뮤지컬 배우 못잖은 실력을 뽐낸다.

“문제는 안무였어요. 시카고가 다양한 동작이 많은 작품이잖아요. 초연 때부터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 씨가 상당한 안무를 소화한 뒤 무대 뒤에서 거친 숨을 내쉬던 걸 다 봐놓고….하지만 저의 특기인 ‘겁 없이 덤비기’ 마인드로 도전했죠.”

기우였다. 박칼린은 오디션에서 법정 장면인 ‘핫 허니 레그’(hot honey rag) 등 2개의 넘버를 소화하며 완벽한 안무와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국적 외모와 큰 키 역시 ‘벨마’ 역에 발탁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시카고’와 박칼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음악 감독으로 14년간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2000년 초연 당시 시카고의 영어 대사와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도 그였다. 깊은 인연이 있는 작품이기에 배우로 도전하는 게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작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다보니 노래와 연기 등의 미세한 변화가 의도된 선택인지, 아니면 변질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그는 연출가를 찾아갔다. “연출가에게 ‘정말 미안한데 내게 너무 정보가 많다. 다 잊게끔 도와 달라’ 부탁했어요. 한동안 머리에 있는 걸 100% 지우고 새로 흡수하는데 집중했죠.”

짧게 자른 커트머리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의 박칼린이 연기하는 벨마는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기존의 말괄량이 코믹 캐릭터가 아니라 칼날 뒤에 무서운 면을 지녔으면서도 아닌 척 하는 강한 벨마를 그려낼 생각이에요. 절제된 클래식한 섹시미를 뽐내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6만~14만 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