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문’을 공동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잡은 것은 북한이다.”(웬디 셔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저명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와 워싱턴포스트(WP)의 객원 칼럼니스트 셔먼이 29일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회담 성과를 평가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크리스토프는 30여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고 셔먼은 국무부 차관까지 지낸 정부관리 출신으로 배경은 다르지만 결론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크리스토프는 칼럼에서 ‘회의적’(skeptical)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사용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는 큰 의미가 없는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한미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인데 결코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북한대로 ‘핵무력 완성’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불가역적 비핵화’는 서로 다른 문제이며, 전자는 후자에 그 어떤 동력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재제를 풀고 대규모 지원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며 “북한은 드디어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 핵무장 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했고 경제도 살아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무차관으로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셔먼 역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화기애애하게 대화했다고 해서 북한이 변했다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셔먼은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론을 주장했지만 “실상 운전석에 앉은 것은 북한이며,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를 보면 북한의 의중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와 셔먼은 “김정은의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국과 화해하고 싶다고 해서 다행”이라며 “그래도 전쟁보다는 나은 것 아니겠냐”는 위안반 포기반의 메시지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