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13> ‘이놈들연구소’의 스마트 시곗줄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가 경기 성남시 사무실에서 손을 매질(파동을 매개하는 물질)로 삼아 진동을 소리로 바꾸는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시곗줄 ‘시그널(Sgnl)’을 소개하고 있다. 시그널을 착용하면 귓구멍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스마트폰의 통화 내용이 들린다. 성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획기적인 기술에 세계가 반응했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를 통해 총 1만5000명이 제품을 선주문했다. 주문 금액은 220만 달러(약 23억5000만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DT캐피털, 촹예방 등 중국의 유명 벤처캐피털(VC)로부터 연달아 투자를 받았다. 애플리케이션 등이 아닌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이달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35)를 만나 ‘10개 중 1개만 살아남는다’는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비결을 들었다.
이놈들연구소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자기만의 기술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에 맞춰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1세대는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해 손끝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시곗줄에 탑재된 ‘체전도 유닛’이 음성신호를 진동으로 바꾸고, 진동이 손을 ‘매질(파동을 매개하는 물질)’로 삼아 소리를 전달한다. 2세대 기술은 데이터를 진동 형태로 만들어 인체에 전달한 뒤, 인체가 닿는 곳에서 진동을 포착해 다시 데이터 형태로 복원한다. 가전을 만지는 횟수 등 생활패턴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 3세대는 생체인식이다. 손을 구성하는 뼈, 표피 등의 차이로 진동의 왜곡 정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인증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2, 3세대 기술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분사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당시 C랩을 총괄했던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는 최 대표에게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생겨나는데 삼성전자의 사업과 맞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상생하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말에 최 대표는 분사를 결정했다.
분사 후 자리 잡는 데 삼성전자의 지원이 힘이 됐다. 제조업 분야는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고, 양질의 파트너사를 선정할 수 있는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살아남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삼성전자는 첫 투자자가 돼 초기 자금을 지원했다.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실험 장비들도 1년간 무상으로 빌려줬다.
파트너사 선정 과정에서도 양질의 파트너사를 선별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제조업에서는 한 부품만 제공이 늦어져도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트너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놈들연구소 역시 부품 제공 문제로 예정보다 출시일이 1년여 늦어졌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가 파트너사를 선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남=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