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北-美회담]담판 앞둔 두 정상 협상스타일
그랬던 이들이 이달 안에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서로를 향해 쏟아냈던 날선 발언들은 이젠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으로 변했다.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둔, 아버지(72)와 막내아들(34)뻘 두 정상의 협상 스타일을 살펴본다.
○ ‘뼛속까지 협상가’ 트럼프 vs ‘예상보다 노련한’ 김정은
한 대북 전문가는 “국내 언론 보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노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 보니 김정은이 지난 2년간 미치광이처럼 행동한 건 지금 극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상황 판단과 학습력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대북정보분석관을 지낸 정박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최근 낸 ‘김정은의 교육’이란 보고서에서 “그는 공격적이기는 하나 무모하거나 ‘미친 사람’은 아니다. 미 정보 당국이 갖고 있던 김정은에 대한 편견을 급히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의 기술’ ‘승자의 생각법’ 등을 펴낸 트럼프는 지지 여부를 떠나 협상만큼은 전 세계 정상 중 최고 수준이다. 그의 특기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상대방을 뒤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 회담 초반이 ‘골든타임’ 될 듯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통념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과정보다 결과,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자란 얘기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처음 만나고 공통점이 거의 없지만 이런 기질 때문에 회담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8세의 나이 차가 나지만 친근감이 형성되지 말란 법도 없다. 부동산 재벌가 아들(트럼프)과 현대판 세습 왕조의 아들(김정은)로 각각 아쉬울 것 없이 자란 ‘금수저’와 ‘핵수저’다. 이들은 또한 농구(김정은)와 골프(트럼프)를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는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트백(fight-back)’ 전술로 김정은을 몰아치다 어느 순간 김정은을 치켜세우며 결정적인 과실을 따내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강온 전략’ 수행 능력으로만 보면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주눅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별로 없다. 이동우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반전을 거듭한 김정은의 발언과 행동을 종합하면 냉혹한 정치인이자 심지어 안정적인 협상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