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까지 시작됐다. 진짜 임신부가 된 느낌이다.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내 뱃속에 네 번째 아이가 있긴 한 건가’ 나 스스로도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했다. 계획에 없이 닥친 일이라 그 어리벙벙함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또 한 번의 임신이 익숙지 않은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 엄마의 임신을 처음 보는 막내는 자꾸 커져가는 엄마의 배가 그저 신기한 모양이다. 언니들에게 ‘네 동생이 들어있다’는 반복학습을 받은 뒤로 내 배만 보면 “엄마, 여기 내 동생 들어있지요?” 하고 묻는다. 그 동생이 꿀 같던 ‘막내의 지위’를 곧 뺏어갈 사실도 모르는 채. 곧 셋째가 될 막내에게 “응, 동생이 있어” 하면 마냥 좋다고 웃는다.
걱정은 첫째다. 이미 동생을 둘이나 둔 데다 이제 7살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아무 생각 없는’ 나머지 아이들과는 반응이 좀 다르다. 일단 처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부터 “우와~”하는 동생들과 달리 첫째의 답은 “또 동생이 생겼어?”였다.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운 사람은 안다. 자식 모두에게 양적으로 공평한 사랑을 쏟기 쉽지 않다는 걸. 그나마 2명이면 엄마가 하나, 아빠가 하나를 맡아 좀 더 편을 들어줄 수도 있을 테지만 3명 이상이 되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 많이 가는 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옷을 입을 때도 첫째에겐 “혼자 입을 수 있지? 엄마는 동생들 도와줘야 해서” 하고 나들이를 갈 때도 “언니가 가고픈 곳이 있어도 아직 동생들에겐 무리이니 양보하자” 하게 된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랑을 덜 받고 있다고 느낄 법하다.
다시 손을 잡고 걷는데 첫째가 유모차를 한 번 슥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말은 안 하지만 두 동생은 유모차를 타고 편히 가는데 자신만 걸어가다가 화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맘에 첫째에게 “엄마에게 안겨”하고 양팔을 벌렸다. 어이쿠, 근데 이미 6kg 넘는 자궁을 짊어지고 다니는 임신부에게 25kg 첫째를 안는 건 무리였다. 아이 발도 안 들렸는데 내 입에선 벌써 ‘헉’ 소리가 났다. “안 되겠다, 업어야 겠다”하고 등을 내밀었다. 하지만 첫째가 기대자마자 엄청난 무게에 내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앞서 가던 남편은 “포기하고 그냥 빨리 와” 했다. 아냐, 엄마가 한 번 해 준다고 했으면 해 줘야지. 첫째를 가까운 도로 턱에 올리고 가까스로 업는 데 성공했다. 100m도 안 걸었는데 앞에 달린 아가에 뒤에 달린 아가까지…도합 31kg를 짊어진 다리가 후들거렸다. “와, 너 진짜 무겁다” 하니까 첫째가 뭐가 우스운지 등 뒤에서 킥킥거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 큰 아이 취급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25kg 큰 아기는 엄마 등에 업혀 이렇게 좋다고 웃는데. 엄마의 사랑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진다고 느끼지 않게. 내 사랑의 풀(pool)을 더 깊고 넓게 키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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