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진욱은 2018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10라운드(전체 94번)에 지명됐다. 뒤에서 7번째의 낮은 순번이다. 그러나 4월 20일부터 꾸준히 1군에 머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명 순번에 관계없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는 야구계 속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롱토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지난 1월 한 자리에서 ‘밀레니엄 베이비’ 김진욱(18)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합류 소식을 전했다. 2018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10라운드(전체 94번)의 낮은 순번에 지명한 김진욱의 입단 첫해 캠프 합류 소식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는 KT 김진욱 감독과 동명이인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2차 1라운더(전체 4번) 이승관도 2군 캠프에서 투구폼을 다듬기로 결정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당시 한 감독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소 특별했다. 김진욱의 피칭이 아닌, 롱토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꼈단다. “서산에서 피칭은 하지 않고 롱토스를 하더라. 던지는 모습을 보니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했고, 내야수 출신이라 그런지 손목 스냅을 활용할 줄 알더라. 불펜과 실전 피칭까지 한 번 보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될 것 같더라.” 김진욱에 대한 한 감독의 첫 인상이다. 그랬던 김진욱이 지금은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는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4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선 데뷔 첫 선발등판까지 소화했다. 본인에게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이다.
단지 구속만 오른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강했던 싸움닭 기질이 프로에서도 통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한뼘 더 성장했다는 의미다. “내가 네게 무엇을 원하는지 아느냐”는 한 감독의 질문에 “제가 씩씩하게 던지는 것입니다”라고 거침없이 대답할 정도로 강심장이다. 김진욱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싸움닭 기질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할 때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