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맛있다. 정말 멋있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정말 맛없다. 정말 멋없다.
① 윗옷[위돋], 옷 안[오단]
‘옷’이나 ‘안’은 모두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다. 우리는 이런 경우 앞말의 받침인 ‘ㅅ’을 뒷말의 모음 앞 빈자리로 이어서 발음하질 않는다. ‘윗옷’이나 ‘옷 안’을 [위i]이나 [오산]으로 발음한다고 해보자. 의미를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윗’이나 ‘옷’이 단독으로 발음될 때의 소리, 즉 [j], [l]의 받침 ‘ㄷ’이 되어야만 뒤로 옮겨 발음할 수 있다. [위돋]이나 [오단]으로 소리가 나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원래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발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맛없다’, ‘멋없다’의 발음 원리를 아는 동시에 [마덥따], [머덥따]라는 소리가 더 일반적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다. 단독으로 소리 날 때의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이동하였다는 것을. 이 원리는 ‘옷 안’처럼 띄어 적는 단어일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두 가지 질문이 나와야 한다. 첫째 ‘맛있다, 멋있다’는 ‘맛없다’의 원리로 발음할 수는 없을까? 있다. ‘맛있다, 멋있다’는 [마딛따, 머딛따]로도 소리 낼 수 있다. 이 두 단어만이 우리말의 일반 발음 원리를 어긴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면 왜 ‘맛있다, 멋있다’만이 뒷말에 ‘ㅅ’ 소리가 날 수 있는 것일까? 대학 시절 노교수님의 현답을 그대로 전해 본다. 당시의 감동도 함께 전해지길 바라면서.
다른 건 ‘맛있다, 멋있다’의 발음이다.
하나의 결과에 원인이 하나일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옷이[오시], 못이[모시]’의 발음을 보자. 의미 없는 말이 붙었을 때는 받침이 그대로 이어져 소리 나는 우리말의 또 다른 원리다. ‘맛있다’, ‘멋있다’가 두 가지의 소리를 가진 것은 앞서 본 일반 원리 ①이 적용된 것과, 흔히 쓰이다가 줄어서 굳어진 발음이 병존하기 때문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