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北-美회담]조용해진 비무장지대
남북, 확성기 철거… ‘판문점 선언’ 이행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내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큰 사진).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판문점 선언’에 따라 군은 이날 최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도 전방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5일에는 황해북도 개풍군 탈곡장에 확성기 차량을 배치했지만(아래 사진 왼쪽) 남북 정상회담 뒤인 29일에는 스피커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아래 사진 오른쪽). 파주=사진공동취재단·서울신문 제공
이번 대북 확성기 철거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중 ‘확성기 철폐’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같은 날 북한도 최전방 지역에서 운용 중인 대남 확성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비무장지대가 평온해진 것이다.
○ 해체 30분 만에 ‘반쪽 확성기’
경기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인근 교하소초에서 군 장병들이 대북 고정형 확성기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군은 이날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열흘 내로 철거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개된 확성기는 신형 고정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2016년 10월 새로 설치됐다. 가청거리는 20km가 넘는다. 확성기가 설치된 지역과 임진강 너머 북한 관산반도의 거리는 1.5km가량이어서 북 주민도 청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하루 8시간가량 방송이 진행됐다. 이에 북측에서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섰지만 방송장비가 열악해 가청거리는 3분의 1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이었던 심리전 무기가 남북 화해 분위기에 ‘조기 퇴역’한 셈이다.
대북 확성기 철거 조치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에 이르기까지 전 전선에 걸쳐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고정식 확성기는 우선 9사단 지역 것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라며 “이동식 확성기는 그냥 이동시켜 보관하면 끝이어서 철거라고 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군은 고정식 30여 대, 이동식 10여 대 등 모두 40여 대의 확성기를 운영해왔다. 이 중 고정식은 스피커 해체 및 매설 선로 정리, 낙뢰 방지 시설 철거 등의 작업을 거쳐 30여 대를 ‘완전 철거’ 하는 데 10일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보다 앞선 이날 오전부터 최전방 지역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며 “방송 중단은 우리가 먼저 했지만 철거는 북한이 먼저 나섰다”고 말했다.
○ 14년 전에도 철거, 이번엔 ‘영구 철거’ 될까
이번 철거는 남북 정상회담 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행돼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항구적인 남북 확성기 철거가 이번에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공군의 F-22(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다음 주 시작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됐다. 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11일부터 2주간 실시되는 맥스선더를 위해 주일미군 소속 F-22 전투기 8대가 최근 광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 전투기 8대가 동시에 배치된 것은 처음.
군 당국은 구체적인 전개 시기와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남북 화해 평화 분위기를 고려한 ‘로키(low key)’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주=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