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北-美회담]‘판문점 카드 급부상’ 막전막후
그래픽 김성훈 서장원 기자
이는 북-미가 그간 장소를 놓고 한 달 넘게 실무회담을 벌었지만 이동, 보안,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판문점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 세계에 생중계된 판문점의 남북 정상회담 영상이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돼 잇따라 판문점 카드를 거론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트럼프 “판문점, 상징성 크다”
회담 후보지들에 ‘×표’를 치며 좁혀가던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판문점을 유력 장소로 공식 언급했다.
물론 트럼프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여전히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20일 전후를 D데이로 삼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장소를 놓고 북-미가 각자 어디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회담을 치러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판문점은 경비를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가깝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제3국보다 회담 준비를 하기 쉽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청와대가 미국, 북한과 모두 호흡을 맞춰본 것도 판문점 회담을 더 안정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포인트다.
경호 의전 홍보 등 실무 준비도 다른 지역보다 수월하다. 판문점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 이미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다. 여기에 3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큰 탈 없이 마무리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는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력 공급, TV 생중계 시설 등이 이미 완비되어 있어 곧바로 인력만 투입하면 판문점 회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하면서 “정전협정의 무대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판문점에 대해 “상징적(symbolic)”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간다는 의미도 백악관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사상 처음’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판문점행에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판문점 회담 개최는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압박이 아니라 회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깜짝 쇼’를 즐기는 트럼프가 판문점행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사전에 밝힌 것은 다른 깜짝 후보지 공개에 앞서 일종의 ‘연막작전’을 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