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北-美회담]남북정상회담과 이벤트 차별화 판문점서 새 그림 만들기 고심할듯… 북측 통일각-판문각서 회담 열수도
“트럼프는 남북 정상회담의 이미지와 회담 전체가 생중계됐다는 점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CNN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을 때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를 깜짝 방문하려다 짙은 안개 때문에 가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된 판문점의 모습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면 앞선 남북회담 때보다 더 큰 파격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판문점에 가면 앞선 문재인 대통령보다 뭐든지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의집, 도보다리 등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시설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통일각, 판문각 등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거나, 북한에서 판문점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72시간 다리’까지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회담이 통일각 등 북측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평양까지는 아니지만 북한 땅에 미국 대통령을 들인 셈이 되고, 트럼프 또한 단순히 MDL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 북한을 방문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북-미 회담은 하루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의 경우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만 선언문에 넣었지만, 북-미 정상은 비핵화와 관련된 시한, 검증 등 더욱 진전된 문구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은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상회담인 만큼 통역사를 거쳐 세밀하게 문구를 조정해야 해 물리적 회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회담이 이튿날까지 이어진다면 김정은은 개성을, 트럼프는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트럼프가 판문점까지 가 회담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판문점은 미국 측으로 보면 사실상 북한의 홈그라운드여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백악관 일각에서 판문점 회담에 부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