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원자력발전 열풍’이 불고 있다. 저유가 기조와 인구 증가로 인한 전력수요량 급증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3월 “중동 국가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핵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이 지역의 원전 용량은 3.6GW(기가와트)지만 10년 후인 2028년엔 14.1GW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기준으로 중동 전력 중 97%가 천연가스와 석유를 이용해 생산됐을 정도로 이 지역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초강세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생산되는 전체 전력 중 ‘적게는 10%, 많게는 52%’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우디는 가장 큰 격변이 예고되는 나라다. 2023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9.5GW 달성을 목표로 정한 사우디는 향후 25년간 약 800억 달러(약 86조 원)를 쏟아부어 최소 16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3월 블룸버그통신은 ‘석유부자인 사우디는 왜 원전으로 눈을 돌렸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우디가 고갈 우려가 있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자력을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벌인 이란이 선진화된 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사우디의 원전 개발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요르단도 원전에 관심이 높은 중동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요르단은 2015년부터 러시아의 로사톰과 긴밀히 협력하며 2025년을 목표로 자국의 첫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