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진 리 AP통신 前평양지국장
현재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센터장으로 있는 리 전 국장은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장국으로서 북한의 지위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그런 식으로 주민들에게 이번 회담의 의미를 주입시켰다는 것이다.
리 전 국장은 김정은이 제안한 북한 핵시설 폐쇄와 검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보여줄 핵시설은 북한이 보유한 전체 핵시설의 10%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검증단에 노후화한 플루토늄 생산 공장만 ‘투어’시켜 주고 자신들의 핵심투자 시설인 우라늄 농축은 고이 숨겨둘 것으로 내다봤다.
리 전 국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란 이벤트가 김정은 권력 공고화에 ‘보난자(bananza·노다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평양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북한 지도부의 부패상과 일반 주민의 빈곤을 수없이 목격했다. 리 전 국장은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못사는 것을 전쟁 때문으로 여기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평화협정의 의미가 그다지 와 닿지 않지만 북한은 완전 다르다. 전쟁을 끝내준 김정은 동지에 대한 주민들의 경외심과 충성심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정상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큰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핵우산 제거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 버르장머리를 고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서로 주파수가 맞을 리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회담의 종착지는 밝은 미래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전 국장은 “멀리 뒤돌아 볼 것도 없이 7년 전만 생각해보라”며 “2011년 합의에서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얼마 안 지나서 위성 발사라고 우기며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평양에서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북한은 북한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북한 지도자의 최고 목적은 권력 유지이며 이 목적에 따라 북한은 움직인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