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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트랩 장착된 車와 군중 사이로 내 아이들을 감히 산책시킬 수 없어”

입력 | 2018-05-03 03:00:00

두려움이 현실로… 아프간 테러로 숨진 마라이 기자의 2년전 글 보니




“나는 감히 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지 않는다. 매일 출퇴근길에 나는 부비트랩이 장착된 차와 군중 속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숨진 프랑스 통신사 AFP 수석 사진기자 샤 마라이(41·사진)가 2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 알려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마라이는 2016년 남긴 수기에서 자신이 카불에서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썼다. 그는 수기에서 “나는 잠시 호텔 밖으로 나섰다가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 숨진 동료를 기억한다. 그의 어린 아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마라이의 두려움은 2년 뒤 그대로 현실이 됐다. 마라이는 태어난 지 15일 된 딸을 두고 테러에 희생됐다.

마라이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탈레반이 공격을 발표하며 전투 시즌을 알렸다”는 글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게시글이었다.

마라이는 1995년부터 AFP 카불 지사의 운전사로 일하다 3년 뒤 도시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에 점령되자 카메라를 잡았다. 이후 마라이는 카메라를 들고 있기만 해도 감시를 당할 정도로 엄혹했던 1990년대 말과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잠시 찾아온 카불의 황금시대 그리고 다시 전쟁터로 변한 도시의 눈물 등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미셸 레리동 AFP 보도국장은 “충격적이고 끔찍한 현장들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취재했던 그가 존경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당신도 공격에 당해버렸군요. 당신이 이 세상에 있을 때 이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에 감사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의료진 등 비극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했던 이들이 현장을 빨리 찾은 순서대로 죽거나 다쳤다. 마라이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위에 발이 묶인 AFP의 영상취재 기자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사고 현장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 그가 동료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걱정 마. 내가 도착했어”라는 말이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