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D-10]중동학 석학 2인 인터뷰
일란 파페 英엑서터대 교수 “트럼프 ‘이란 핵합의’ 파기땐시리아-헤즈볼라까지 얽혀 중동 전체 후폭풍 몰아칠 것”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뿐이다.”(라파엘 이스라엘리)
라파엘 이스라엘리 히브리대 교수 “아랍국 반발-반대 시위에도 ‘공통의 敵’ 이란에 맞선 이-사우디 우호 지속될 것”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파페=미국이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미국의 중재자 역할이 끝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팔 분쟁은 물론이고 시리아, 예멘, 리비아 같은 (분쟁) 국가에서 미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스라엘리=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예루살렘은 1949년부터 이스라엘의 수도였다. (대사관 위치가 텔아비브에 있더라도) 이스라엘을 방문한 각국 정상들도 모두 예루살렘에서 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을 일으켜 가며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이 궁금하다.
▽이스라엘리=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정책 덕분에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다’란 현실을 인식하게 할 것이다. 이번 조치가 지역 안정을 깬다는 비판도 있지만 70년간 존재해 온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이뤄지면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반발이 거셀 것 같은데….
▽파페=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많은 아랍 국가들의 정권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연대감이 약하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는 강하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 강한 동맹인) 이스라엘과의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이런 현실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룰 때 아랍권의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리=반대 시위가 발생하고, 아랍 국가들도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아랍권은 이제 이스라엘의 존재가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최근 화해 분위기가 뚜렷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랍권 대표 국가)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나.
▽파페=두 나라의 우호적 관계는 비공식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사우디 의 관계 개선이 이·팔 간 평화 조성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앙숙’인 이란의 시리아 내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파페=시리아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등 이미 ‘신냉전의 중심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개입하려는 건 위험하고 근시안적이다. 현재는 러시아가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고, 시리아도 대응할 여력이 없어 그냥 두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이스라엘도 공격을 받는 심각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스라엘리=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자국에 적대적이었던 이란이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보다 시리아에서 영향력이 더 큰 러시아는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 결국 심각한 충돌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이란 핵합의’에 대한 수정 혹은 폐기를 결정한다면….
▽파페=미국이 맺은 약속을 취소하는 꼴이다. 중동 지역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란, 이스라엘, 시리아, 헤즈볼라(레바논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가 모두 얽힌 후폭풍을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리=이란 핵합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상태에서는 문제가 많고, 중동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