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수장의 방북은 11년 만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앞으로 한반도 문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마땅한 역할”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정상들과 잇달아 통화하며 그 결과를 공유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3월 말 김정은의 중국 방문 이후 북-중 관계는 급속도로 복원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두 나라 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은 한반도 옆의 큰 산”이라며 “중국의 참여가 없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달성의 일괄적인 합의는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논의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며 향후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유난히 강조하는 대목에선 은근한 불만과 함께 조바심도 읽힌다.
이런 중국의 기류는 무엇보다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올해 6·25 종전(終戰) 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추진’을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2007년 10·4 정상선언의 ‘3자 또는 4자 정상 간 종전선언 추진’ 합의에서 한발 나아가 참여 국가들을 명시함으로써 한국의 참여는 분명해졌지만,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6·25 참전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으로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참여는 평화협정 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이완을 노릴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중국은 어떤 형식으로든 평화체제 구축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협조 없이 한반도 평화는 공고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과거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 북한 붕괴를 더 걱정했던 이중적 태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3자 또는 4자’가 아닌 4자회담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