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폭행에 숨진 구급대원 영결식, “강연희, 119 역사에 깊이 새길 것” 제주서도 女구급대원 폭행 발생
“강연희라는 아름다운 별은 졌습니다. 하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은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입니다.”
동료의 이름을 부르는 김봉춘 전북 익산소방서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불과 한 달여 전 같은 소방서에서 일하던 강연희 소방경(51·여)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3일 오전 10시 익산소방서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김 소방서장은 “늘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을 빛내던 당신을 이렇게 홀연히 떠나보낼 줄 알지 못했다. 당신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강 소방경은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고 22일 후 갑자기 쓰러졌다. 긴급 수술까지 받았지만 입원 일주일 만에 숨졌다. 동료는 물론이고 가족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영결식 내내 참석자들은 황망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2일 발생한 윤모 씨(48)의 폭행과 강 소방경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 중이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일 강 소방경이 뇌동맥류 파열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소견을 내놓았다.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려면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씨는 구급활동 방해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윤 씨의 폭행이 구급대원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최종 부검 결과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여성 구급대원이 119구급차 안에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일 오전 7시 25분경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병원으로 향하던 119구급차 안에서 최모 씨(31·여)가 구급대원 김모 씨(28)에게 폭언을 하고 구급장비를 던졌다. 김 씨는 왼쪽 손목에 찰과상을 입었고 구급장비 일부가 파손됐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최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두통 등을 호소하며 119에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구급차 안에서 “나는 환자다. 똑바로 혈압을 재라”고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둘렀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