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등 정치개혁 끝나면 국민은 경제개혁 엄히 살필 것 교육-사회문화 개혁 철학 결여… 청년실업엔 예산 퍼주기 대응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먼저 리더십 분야에서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서 상대적 이점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의 독선적, 지시적 리더십과는 대조적으로 문 대통령은 감성적, 관계적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정성을 보였다. 겸손 소탈하고 소통하려는 문 대통령의 개성은 허세, 허구, 위선과는 달리 국민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것은 적폐청산을 갈망했던 촛불정신과 부합하는 리더십이었다.
대통령 리더십이 국정 지지율 고공행진의 동력이었다면 인사는 국정운영의 린치핀(핵심축)으로 남아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례가 말해 주듯이 시민운동가 출신 중심의 코드인사와 제 식구 봐주기식 인사검증의 난맥상이 문제다. 현 정부가 내세운 100대 과제 중의 하나인 ‘적재적소, 공정한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얼핏 보기에 시민운동가들이 적폐청산의 적임자인 것 같아 보이지만 정부 정책결정자로서의 자격과 능력, 그리고 도덕성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탕평인사를 멀리하고 이념적 진영논리에 치우친다면 정책과 제도가 원활히 작동될 수 없다.
국내 정책에서는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기치 아래 시도된 경제정책은 학계로부터 경제 원리에 합당하지 않은 정책들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공부문 주도의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청소년 취업 지원,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문재인케어를 비롯한 복지 확대 등에서도 ‘예산 퍼주기’ 식의 정치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벌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은 임기응변책에 치중하고 있어 예측 가능한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대학입시 등 교육제도와 사회문화 개혁도 비전과 철학이 결여돼 있다. 적폐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의 정치개혁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국민은 경제개혁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댈 가능성이 높다.
제도개혁은 국정운영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정보원 개혁이 전문성을 강조하며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검찰과 경찰의 개혁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기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지체된다고 볼 수 있으나 불편부당하게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제도 운영과 관련해 국가 거버넌스 구조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가관리는 정부 시스템이 가동돼야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현 정부가 시도하는 개혁은 제도개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제도개혁의 기초는 시대정신에 맞는 헌법의 개정이다. 헌법 개정이 본래 약속했던 6·13지방선거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가제도의 근본을 규정하는 헌법 개정은 시한에 쫓기기보다는 국민적 합의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