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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종자-묘목 보내 숲 살리고 기후변화-지진 공동연구

입력 | 2018-05-04 03:00:00

정부, 대북제재 영향 받지 않는 산림-기상 분야 협력 추진




전체 숲의 30% 이상이 없어질 정도로 황폐해진 북한의 숲을 살리기 위해 남한 정부가 매년 종자와 묘목을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한이 한반도의 기상과 기후변화, 지진 가능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힘든 만큼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적 차원의 협력 사업부터 추진하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3일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고성군에 3ha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과 기후조건이 유사한 고성 지역에서 키운 묘목을 북한에 보내려는 취지다. 이곳이 완공되면 기존 철원 통일양묘장,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와 함께 남한은 대북용 양묘장 3곳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산림청은 내년 중으로 대북 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매년 대북 지원용 종자를 5t씩 모아 왔다. 올해까지 총 35t의 종자를 저장해 북한의 훼손된 산림 2만1000ha(약 6352만 평)를 복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산림이 심각하게 황폐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인 메이플크로프트는 2015년 산림 황폐화가 극심한 9개 나라 가운데 북한의 훼손 정도가 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수년간 자연재해에 시달리자 식량 생산을 위해 숲에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 등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구 벌목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주된 원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산림면적 899만 ha 중 32%에 이르는 284만 ha가 황폐화됐다.

북한은 2015년 금강산에 병해충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만큼 방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는 당시 800ha에 이르는 금강산 지역에 대해 1차로 방제 작업을 했지만 이듬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당초 예정한 2차 사업은 끝내지 못했다.

내년에는 남북 산림협력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북한 산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숲을 만드는 조림 사업뿐만 아니라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는 ‘혼농임업’에 적합한 지역 리스트도 담길 예정이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산림청은 지난달 30일 ‘북한 산림정책 모니터링 및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북한 산림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공고에서 산림청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에 한계가 있는 점을 전제로 “산림 부문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안전 등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산림 복원과 먹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임농 복합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식량, 에너지와 연계해 산림 복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산림 부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 기후,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남북 기상협력 중장기 전략 및 방안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연구자 선정에 착수했다. 청와대에서 3일 처음으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서도 산림협력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도 경험이 많은 분야라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건혁·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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