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 생각은/강성주]우체국 안에 대학이 있어요

입력 | 2018-05-04 03:00:00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한국경제연구원이 126개 기업재단의 최근 3년간 지출 및 수입 상황을 분석한 결과 공익사업 지출은 2014년 이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장학, 문화, 취약계층 지원 등 직접적인 사회공헌활동과 관련된 고유목적사업 지출액은 2016년을 기준으로 1조6000억 원이다.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의 연간 지출액(3조6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석학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기업이 수익에만 신경을 써서는 결코 초우량 기업의 대열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며,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은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사회공헌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도 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국정과제인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노동존중·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를 핵심 전략으로 담고 있는데, 이는 사회공헌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같은 중앙정부의 정책 추진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들도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홀몸노인,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을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자체의 행정력과 기업·단체의 기술력·전문성을 결합한 ‘공공·기업·민간’ 3자 간 협력을 통해 사회공헌의 효과도 높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이들과 소통하는 ‘우체국 작은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정보기술(IT) 활용법, 코딩, 자서전 앱 제작, 다문화가정 한글교육, 아동양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체국에서 공간을 마련해주고 기업·기관이 재능기부로 운영한다. 코딩교육은 한글과컴퓨터에서, 스마트폰 IT 활용법·자서전 앱 제작·한글교육 등은 대학교 봉사센터나 지자체 복지관에서 운영을 맡는다.

특히 자서전 앱 제작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 스토리를 손자손녀들과 스마트폰 앱으로 소통하고 공유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코딩교육도 취약계층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사회공헌은 사회와 호흡하는 모습이다. 주는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지만 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족한 걸 채워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표상이다. 우체국 작은대학처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작은 걸음이 모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큰 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