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31일 조수미와 함께 서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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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하자마자 ‘제4의 테너’로 각광받은 로베르토 알라냐의 공연 모습. 그는 “무대는 성전이요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기도와 같다”고 말한다. 바흐트랙 제공
“바쁜 스케줄에서도 틈틈이 축구 경기를 챙겨 봤죠. 마치 저글링을 하듯요.”
대한민국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2002년 여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55)도 관중석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당시 아내였던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함께한 공연은 전원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후일담을 남겼다.
2002년 이후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오랜 지기인 소프라노 조수미(56)와 함께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디바&디보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e메일로 미리 만난 그는 16년 전 한국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보내준 뜨거운 지지가 눈에 선하다”며 “이번 한국 공연도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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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알라냐의 세 번째 부인인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쿠자크, 딸 말레나와 함께한 모습. 바흐트랙 제공
“행복, 실망, 후회, 절망 스릴….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요. 실제 인생과 배역이 뒤섞여 서로를 이끌었죠. 죽은 아내를 돌려 달라고 부르짖는 오르페우스는 곧 저 자신이었고(첫 아내가 뇌종양으로 사망), ‘사랑의 묘약’에서 공연한 쿠자크와 실제 사랑에 빠졌죠. 제 인생이 한 편의 오페라 같아요.”
알라냐와 조수미는 인연이 깊다. 한 살 차이인 데다 1992년 영국 코번트가든 무대에서 동시에 데뷔했다. 1998년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호흡을 맞춘 뒤에는 음반도 발매했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한 뒤에도 분장실에서 조수미를 만났다. 그는 “수미는 눈부신 음악적 감성적 재능을 타고난 성악가이자 좋은 친구”라며 “수미와 함께 선물 같은 무대를 준비 중인데, 김이 샐까 봐 자세히 알려줄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정상의 테너로 주요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 주역도 대부분 경험했다. 그럼에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처음처럼 설렌다고 한다. 무대는 노래라는 기도가 울려 퍼지는 성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에 몰입할 때면 성스러운 기분에 빠진다”며 “여전히 모든 무대가 꿈의 무대이고, 커튼이 올라갈 때면 마법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워라밸’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새 음반 발매와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 등이 예정돼 있어요. 이미 2022년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죠. 여전히 노래와 일을 사랑하지만 지금 소원은 휴가입니다!” 8만∼20만 원. 02-399-1000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