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3번째… 9일만에 다시 방문 北-美간 핵폐기 수위 중재 가능성 정의용 실장, 참모에 “휴가” 미국행 숨겨… 회담 장소 ‘판문점’ 논의 관측도
청와대는 4일 “정 실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요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으며 4일(현지 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을 가졌다.
정 실장의 워싱턴 방문은 3월 9일 볼턴 보좌관이 취임한 뒤 벌써 세 번째. 특히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24일 백악관 볼턴 보좌관과 만난 데 이어 9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정 실장이 청와대와 백악관의 소통 채널이라 하더라도,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이 이렇게 자주 백악관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 실장의 방미는 북-미 간 비핵화 합의 막판 조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은과 회동한 데 이어 최근 실무접촉을 통해 비핵화와 종전선언 일괄타결을 위한 의제 조율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실무접촉에서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대해 큰 틀의 접점을 찾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선언문에 대한 조율에 나섰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와 단계별 조치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했던 미국은 북핵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PVID)’로 북한과의 협상 목표를 상향조정한 상황이다. ‘영구적인 핵 불능화’는 물론이고 단순한 핵시설과 핵탄두를 넘어 중장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북핵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라운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정 실장의 방미가 ‘빅딜’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