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종종 권력에 의해 부침을 겪는다. 노태우 대통령 때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장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를 걸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권위적이라는 이유로 이 그림을 떼어 냈다. 김대중 대통령 말기부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박영율의 소나무 그림 ‘일자곡선’을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좌석 배치를 바꾸다 보니 대통령의 자리와 그림의 위치가 어울리지 않아 ‘일자곡선’을 커튼으로 가렸고 문재인 정부에선 ‘일월오봉도’로 바꿨다.
▷청와대가 9일부터 청와대 사랑채에서 소장 미술품을 전시한다. 본관에 걸어 놓은 전혁림의 ‘통영항’,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 있는 손수택의 ‘7월의 계림’ 등 16점을 처음 공개한다. ‘통영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전혁림 개인전을 관람한 뒤 주문해 1억5000만 원에 구입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본관에서 철거했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걸어 놓았다. 반면 문 대통령 취임 초기까지 집무실 등에 걸려 있던 장우성의 그림들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우성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풍자화 ‘아슬아슬’을 발표했었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