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베스트닥터 <5> 폐암
성숙환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흉강경 모니터를 보면서 폐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성 교수 뒤로도 모니터가 보인다. 흉강경 수술실에는 이처럼 여러 대의 모니터가 설치된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많다. 모든 베스트닥터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있다. 바로 흡연이다. 베스트닥터들은 “담배부터 끊어라”라고 강조한다. 최근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간접흡연 때문이라고 베스트닥터들은 지적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 성공률
지난해 말 삼성서울병원이 2008년 이후 폐암 수술을 받은 623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5년 생존율이 1기 84.4%, 2기 58.9%에 이르렀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 이후의 생존율도 3기 51.8%, 4기 40.5%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 흉강경 수술 첫 도입
성 교수는 흉강경 수술을 발전시켜 지난해부터 피부에 3∼4cm짜리 구멍 하나만 뚫는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환자의 80%를 이 방식으로 수술한다. 또 폐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전신마취 대신 정맥마취를 선호한다. 이 두 방식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수술 부위는 줄이고 수술 후유증은 최소화했다. 그 결과 8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도 결과가 좋다고 성 교수는 설명했다.
성 교수는 외과 의사들 사이에 ‘최고의 칼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학회 활동도 무척 활발했다.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폐암학회 등 관련 학회의 회장을 모두 지냈다.
2011년 12월,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연구팀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KIF5B-RET 융합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현재 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폐암 환자를 상대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이를 진단에 활용하는 첨단 진단법도 개발 중이다.
김 교수는 폐 이식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처음으로 2세가 안 된 영·유아의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간이나 신장과 달리 폐는 생체 이식이 불가능하다.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아도 영·유아에게 이식하려면 절제를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다.
○ ‘흉강경 수술 교육단’ 만들어 외국에 전파
전 교수도 폐암 흉강경 수술을 처음 시행한 국내 1세대 의사 중 한 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기 폐암 환자의 85∼90%를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전 교수는 병원 내부에 ‘아시아 흉강경 수술 교육단’을 만드는 데도 관여했다. 300여 명의 외국 의사들이 이곳에서 흉강경 수술 기법을 배워 갔다.
전 교수는 기관지에 국한된 암을 레이저로 치료하는 ‘광역학 치료’도 도입했다. 또 폐암이 늑막에까지 번진 환자에게 수술과 고온항암제를 동시 투입하는 치료법도 처음 시행했다.
전 교수는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한다. 폐암 수술 후 재발 확률을 예측하는 앱을 개발했다. 폐암 환자의 날숨을 분석해 건강한 성인의 날숨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향후 본격 도입되면 폐암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환자에게 칭찬 듣는 친절한 의사
김 교수는 “자만하지 말고, 항상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를 교육할 때도 “환자의 편에서 수술하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수술을 넘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외과의사의 참된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저녁, 2회 회진을 빠뜨리지 않는다. 의사가 병실에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불안과 염려를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많은 병원이 고객의 추첨을 통해 친절한 직원을 뽑아 상을 준다. 의사가 이 상을 받는 경우는 드문데 김 교수는 두 번이나 상을 받았다.
▼중기 이후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헌신▼
유일한 내과 의사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교수
무턱대고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생존 기간을 늘릴 수는 없다. 자칫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죽이고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항암치료 이후 3, 4년간 암 세포가 보이지 않는 환자도 있지만 되레 악화하는 환자도 있다. 모든 상황을 감안해 치료법과 약물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1세대 신약, 2세대 신약을 다 써보고, 그래도 안 되면 3차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새로운 ‘무기’는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흉강경 수술 등 새로운 치료법 적극 도입▼
非수도권 나국주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나 교수는 비(非)수도권 대학병원 폐암 치료 수준을 수도권 대형병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흉강경 수술을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했다.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함께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도 2004년 화순전남대병원이 문을 열 때부터 시행했다.
나 교수는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6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학회는 건강한 폐는 살리고 암에 걸린 폐의 절제를 최소화하는 최신 수술 기법을 많은 의사가 배울 수 있도록 연수 교육을 시행 중이다. 각 병원별로 관리하고 있는 폐암 수술 환자 데이터를 통합해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종양 레지스트리’ 사업도 지원한다.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는 2007년 설립됐다. 성숙환 교수가 초대 회장을 지낸 데 이어 심영목 교수(2대), 전상훈 교수(5대)도 회장을 맡았다. 나 교수까지 포함하면 역대 6명의 회장 중 4명이 베스트닥터에 선정된 셈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