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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지배층 전유물이던 ‘사치’… 어떻게 개인의 것이 됐나

입력 | 2018-05-05 03:00:00

◇사치의 문화/질 리포베츠키·엘리에트 루 지음/유재명 옮김/256쪽·1만6000원·문예출판사




명품이 가격은 마구 오르는데도 수요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베블런 효과’.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 사회에도 여러 결의 ‘사치의 문화’가 곳곳에 존재한다.

저자인 프랑스 소장파 철학자 리포베츠키와 명품 브랜드 연구자인 루는 이와 같은 ‘사치’의 의미와 사치가 갖는 사회적 맥락과 문화 등을 재조명했다. 이를 위해 사치를 인류 역사 속에서 변화한 사회적 관점의 사치와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와 결합한 사치의 문화로 나눠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고대 인류에게 사치는 ‘남의 시선’에서 비롯됐다. 지배계층은 경쟁적으로 축제를 열고 부족 사람들에게 기부 형태의 선물을 남발하며 사치를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멜라네시아 군도 원주민의 쿨라(kula)와 북미 인디언의 포틀래치(potlatch) 같은 문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개인의 부의 증대를 창출한 근대 산업화가 사치의 의미를 변형시켰다고 주장한다. 특정 계층만이 부를 독점한 과거와 달리 산업화는 다양한 개인의 부를 축적시켰고, 이는 사치의 일반화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사치를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라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사치를 둘러싼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폐해와 명품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 분석 등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