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대통령 취임 1년
“성과 위주의 로스차일드식 업무 스타일이 엘리제궁과 내각에 침투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1주년(5월 14일)을 앞두고 최근 기사에서 “엘리제궁에 새벽 1시 이전에 불이 꺼진 적이 없다”며 그의 ‘워커홀릭’형 리더십을 조명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지옥의 열차에 탔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 경험이 없는 국제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의 ‘이단아’ 마크롱 대통령은 업무 스타일도 이전 프랑스 대통령과 크게 달랐다. 프랑스는 주당 35시간 노동시간을 이미 20년 전 법제화할 만큼 과도한 일보다는 사색과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적으로 참모와 내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식 모임도 오전 7시에 한 번, 8시 30분에 또 한 번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업무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마크롱 대통령의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평균 6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7시간)보다 적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지난해 8월 엘르 잡지 인터뷰에서 “내 남편은 밤에도 전화기 두 대를 붙잡고 항상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업무 스타일은 경쟁과 효율이 부족한 프랑스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쳐온 그의 지론과 부합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구이기도 한 작가 필리프 베송에게 “투자은행에서는 늦게까지 머무르고 개인적인 삶을 희생한다”며 “정치는 실행의 예술이고 미루는 건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 공화국은 일하는 시대로 들어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전 핵심 국정과제를 모두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게다가 마크롱 대통령이 공공 분야 몸집 줄이기 정책에 발맞춰 내각 스태프 규모를 축소하면서 참모들의 업무 부담이 더 커졌다. 르파리지앵은 “아무도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참모는 없지만 이미 녹초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노동 복지 정치 교육 이민 등 각 분야 개혁안을 잇달아 발표하며 다이내믹한 한 해를 보냈다. “정신이 혼미하다”는 프랑스 언론의 기사가 쏟아질 정도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전통적인 프랑스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역동적이기 때문(78%)이라고 답하고,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겸손하지 않기 때문(76%)을 꼽았다. 각종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전 세계 스트롱맨이 약진하는 권위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자국에서는 자신을 향한 권력 견제를 축소하려는 진보적 스트롱맨으로 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