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문재인 대통령-트럼프, 22일 정상회담
이에 대해 청와대는 6일 “한미 간 이견이 있어 늦춰진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22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철저히 북-미 정상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철저히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완비된 백악관 안보 라인
이 배경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의 새로운 안보 라인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0일 각각 취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뒤를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을 이끌게 될 지나 해스펠 부국장은 아직 ‘국장 내정자’ 신분이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처럼 밝혔지만, 정작 실무 준비를 해야 하는 참모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세부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된 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서 백악관도 준비해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백악관 참모들이 대북 협상 경험이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은 3일 극비리에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구상, 백악관이 준비할 카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에 美도 신중
이처럼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 직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다음번에는 ‘진짜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여기에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풍계리)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풍계리 폐쇄 준비나 실행을 하는지 지켜본 뒤 한미 정상이 만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文, ‘포스트 비핵화 조치’ 언급할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은 22일 한미 회담 역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만이 알고 있는 ‘도보다리 단독 회담’의 내용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올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 협력 등 후속 조치를 언급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청와대는 가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 등을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백악관과 사전 교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