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관심이 쏠리지만 열흘 가까이 그 시기와 장소가 안갯속인 가운데 돌연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확정된 것. 북-미가 회담 일정을 앞두고 치열한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남북, 한미, 북-미로 이어지는 ‘비핵화 논의 시계’가 조금씩 늦춰지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오전 백악관의 한미 회담 일정 발표가 있은 지 약 1시간 뒤 성명을 통해 22일 한미 회담 개최를 확인하며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에 대해서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는 등 본격화된 비핵화 국면에서 다시 한미 공조 강화에 나선 셈이다.
‘북-미 회담 전 한미 회담’이 한미 간 원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행하는 한미 회담이 22일로 잡힌 건 예상보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회담은) 3, 4주 후”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23∼25일 북-미 회담이 열려야 하지만 이렇게 며칠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 회담이 6월 초 이후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태도가 흥행성을 노린 트럼프 특유의 ‘티저 광고’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미 간 날 선 공방이 재개되고 있어서 양측이 비핵화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핵화한 북한(a denuclearized North Korea)’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한이 포함된 개념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콕 집어 강조하며 압박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3월 3일 이후 두 달 만으로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 스텔스 전투기 F-22 8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