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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名문장]군자는 남의 허물 드러내지 않아

입력 | 2018-05-07 03:00:00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군자는 남의 아름다운 것을 드러내고, 남의 나쁜 것을 드러내지 않지만, 소인은 이와 반대로 한다.”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씀이다. 군자는 사람다운 사람이고 소인은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은 남을 나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아끼는 것처럼 남을 아끼지만, 소인은 이와 반대다. 우리는 옛날부터 군자로 살았다. 중국인들은 한국을 지칭할 때 ‘군자의 나라’라는 말을 줄곧 써 왔다. 한국에서는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짐승으로 취급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에 대해 “네가 인간인가?”라고 꾸짖었다.

사람다운 사람과 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마음에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 한마음이란 말이 있다. 한마음은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하나의 마음이며, 양심이고 본심이다. 한마음을 가진 사람은 남의 좋은 점을 드러내고 나쁜 점을 숨긴다. 이와 반대로 한마음을 잃고 욕심에 빠져 있는 사람은 남의 나쁜 점을 드러내고 좋은 점을 숨긴다.

지금 우리들은 한마음을 잃어가면서 점점 욕심에 빠져들고 있다. 사람이 욕심을 채우려고 할수록 남과 다투게 되고 그럴수록 사회가 혼란해진다. 혼란한 사회를 질서 있게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 법이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할수록 사람들은 강력한 법치를 선호한다. 그러나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법을 편향되게 적용한다면 사회가 더욱 혼란해질 수 있다.

질서 있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려고 할 때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한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은 범법자를 대할 때도 마음자세가 달라진다. 법을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일도 없고, 법을 왜곡하는 일도 없다. 형을 집행할 때도 아픈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한마음을 가진 사람은 범법자를 들추어내 처벌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좋은 점을 드러내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그래야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기동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