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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일본의 지방 소멸

입력 | 2018-05-07 03:00:00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 사는 노인들은 장보러 가는 일이 큰 고역이다. 건강상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 감소로 인한 버스 노선의 폐지 등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한 탓이다. 한 달에 일정액을 내면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고령자 전용 택시 서비스까지 등장한 이유다.

▷대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지방이 쇠락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촌의 공통 화두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은 훨씬 심각하다. 2014년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창성회의는 2040년까지 전체 지자체 중 절반 가까운 896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추이로 살펴본 결과 출산율을 좌우하는 20, 30대 여성 인구가 그때까지 50% 이상 감소하는 지역의 경우 행정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멸 가능성 도시’로 분류한 것이다.

▷최근 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4년 전 ‘소멸 가능성 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인구 추세를 점검해보니, 이 중 80%는 예상보다 빠르게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상당수 도시는 아이 울음소리는커녕 대낮에도 길에서 인적을 찾기 힘든 유령도시가 될 판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젊은이들이 대도시에만 집중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 일본 인구는 감소하지만 도쿄 등 수도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청년층, 특히 여성들이 살고 싶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세대의 ‘취향 저격’을 위해 대도시가 부럽지 않을 만한 일과 삶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인 셈.

▷대한민국은 어떤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 소멸’ 보고서에서 30년 내에 기초지자체 228곳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활약한 ‘마늘 소녀들’의 고향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얻은 경북 의성군이 지방 소멸 위험지수 1순위에 올랐다.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하고 중소도시의 활기를 되찾는 일, 이 땅에도 발등의 불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