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오랑우탄과 동남아시아
오랑우탄은 모정이 매우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랑우탄 어미와 새끼가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P.J. Leo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인간과 영장류에게만 나타나는 특징 63가지 중에서 오랑우탄은 인간과 같은 점이 28가지나 된다고 한다. 인간과 DNA가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는 2가지, 고릴라는 7가지였다. 팔이 아프면 소염진통 효과가 있는 식물을 씹어 연고처럼 만들어 바르거나 거울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가꾸는 오랑우탄은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영화 ‘혹성 탈출’, ‘라이프 오브 파이’에도 오랑우탄이 등장한다.
평생 최대 3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르는 오랑우탄의 모정은 눈물겹다. 수컷의 도움 없이 홀로 출산하고 젖을 먹이며 무려 7년간 양육에만 전념한다. 엄마는 아기 오랑우탄과 함께 여행하며 숲의 지도를 자연스럽게 전수한다. 매일 나무 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계절에 따라 나무가 열매 맺는 시기를 간파하고 있는 오랑우탄은 ‘숲의 정원사’다. 두리안, 무화과, 리치 등 열대 과일과 씨앗, 영양가 높은 곤충을 찾아내는 방법을 새끼에게 직접 보여준다. 오랑우탄 연구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보르네오섬에서는 오랑우탄 보호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마트라섬의 오랑우탄은 개체수가 급속도로 줄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수마트라에서 연구하던 중 평소 온순했던 오랑우탄이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 놀란 적이 있다. 낯선 사람들이 아기 오랑우탄에게 접근하자 엄마가 목숨을 걸고 격렬하게 저항한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절대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 엄마 오랑우탄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기를 잃은 어미 오랑우탄의 슬픈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