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은 6일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회담에 응한 이래 미국 비판을 삼가온 북한이 공개적으로 대미 비판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선 비핵화의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모든 핵무기, 탄도미사일, 생물·화학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일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개념을 제시한 데 이어 볼턴 보좌관도 ‘영구적’ 폐기를 강조하며 생화학무기도 그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생화학무기는 핵 프로그램과는 별개여서 한미 양국은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미 국무부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역시 유엔 결의 위반임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2012년 2·29합의에서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하고도 그해 4월 김일성 생일 직전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며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3호’를 발사한 전례가 있다. 유엔의 대북 결의를 자초하고 이듬해 3차 핵실험을 자행한 북한의 전례에 비춰 볼 때 미국의 단호한 태도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강경파 참모들은 강화된 기준을 협상용이 아니라 소신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추시보가 7일 북 외무성의 대미 비판을 언급하면서 “북-미 회담이 무산돼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국제사회는 매우 큰 실망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북한의 반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난제는 계속 불거질 테지만 한미, 그리고 국제공조가 견고하다면 북한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생화학무기 폐기 등은 평화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김정은의 공언이 진심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사항들이다. 만약 우리 내부에서 “핵 이외의 사안은 꺼내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와 한미 간 이견이 생기면 그때는 작은 난제가 넘기 힘든 장애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