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수능-학종 입학생 분석 수능 선발 정시 20%→29% 늘리자 강남 출신 48%-자사고 63% 급증 정부 “수시 학종 줄이고 정시 확대”… 되레 ‘금수저’ 유리해 공정성 논란
그동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스펙 쌓기를 유발하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일면서 교육부는 최근 대학에 정시 확대를 주문해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2020학년도 정시 비율을 늘렸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정시 확대가 오히려 강남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게 입증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최종 등록 인원 기준)으로 수능과 학종 합격자들을 분석했다.
이후 2016, 2017학년도 정시 비율은 28∼29%대를 유지하다 2018학년도에 26.1%로 다소 줄었다. 그러자 강남 3구 고교 정시 입학생은 194명→191명→176명으로,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은 311명→295명→227명으로 정시 비율에 따라 움직였다.
수시보다 대부분 정시로 입학하는 재수생들도 증가 추세는 비슷했다. 2014학년도 472명이던 재수생 입학생은 정시 비율이 늘어난 2015학년도 581명으로 109명(23%) 늘었다. 같은 기간 재학생 입학생이 2641명에서 2596명으로 45명(―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후에도 재수생 입학생은 계속 늘어 2018학년도에는 614명에 달했다.
반면 학종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지는 이번 분석 결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4년간 정시 비율 증감에 따라 학종 비율이 줄었지만 일반고 입학생 수는 매년 별 차이가 없었다.
▼ ‘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
동아일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입수해 수시·정시 비율에 따른 고교·지역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대 수시전형 중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종만을 대상으로 수능전형과 비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합격자까지 포함된 수시전형이 일반고·지방고 선발 효과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 학종의 일반고 선발 효과도 없어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수시·정시 비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서울대 입학생 배출 고교와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
우경임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