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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입력 | 2018-05-08 03:00:00

서울대 수능-학종 입학생 분석





▼ ‘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연 어느 시험이 공정한가.’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선발 비율이다. 학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수능이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 학생 및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보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만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특위 첫 토론회에서도 학종과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논란’이 계속됐다.

동아일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입수해 수시·정시 비율에 따른 고교·지역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대 수시전형 중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종만을 대상으로 수능전형과 비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합격자까지 포함된 수시전형이 일반고·지방고 선발 효과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능이나 학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학종의 일반고 선발 효과도 없어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수시·정시 비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서울대 입학생 배출 고교와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
우경임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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