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능-학종 입학생 분석
▼ ‘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선발 비율이다. 학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수능이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 학생 및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보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만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특위 첫 토론회에서도 학종과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논란’이 계속됐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능이나 학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
우경임 woohaha@donga.com